​30년이 지나도 빛나는 명반, 이적과 김동률의 '카니발' 1집

2025. 3. 16. 15:59극락

1997년 제가 아직 고등학생이던 시절 대한민국 가요계에 특별한 프로젝트 그룹이 등장했습니다.

패닉의 이적, 전람회의 김동률, 당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이며 각자 그룹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 개념조차 생소한 프로젝트 그룸으로 카니발이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겼지만, 그 영향력은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였습니다. 아직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가 시작되기 전이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며 새로운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었죠.

이적과 김동률은 각자의 밴드에서 독보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큰 사랑을 받던 중, 서로의 음악적 감성을 공유하며 "한 번쯤 같이 음악을 해보자"는 취지로 카니발을 결성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조합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이적의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스타일과 김동률의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인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기존 한국 가요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죠.

 

카니발 1집은 단순한 대중음악 앨범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재즈, 라틴, 브라스, 클래식, 록,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실험적 요소가 가득 차 있으며, 여기에 두 사람의 보컬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기존의 한국 가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완벽한 예술적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앨범의 진가를 그 당시에는 잘 모르긴 했습니다. 아직 고등학생 시절이었고, 락병이 깊이 들어서 때려 부수는 메탈의 사운드에 심취해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앨범의 타이틀 "그땐 그랬지"는 종종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 과거를 회상하는 그 노래의 감성을 새파랗게 어린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두 보컬이 주는 따뜻한 감성은 락병에 찌든 고등학생의 감성에도 스며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짝사랑을 응원하는 귀여운 곡인 "그녀를 잡아요."와 이젠 인순이의 노래로 더 유명한 "거위의 꿈"도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LP 쇼핑을 하다가 카니발의 앨범을 다시 발견하고, 최근에 구매하게 되었는데요.

30년 전의 앨범 아트는 참 기괴하기 그지없구나 싶네요. ㅎㅎㅎ



앨범 트랙리스트:

  1. Carnival (Prelude)앨범의 서막을 여는 인트로 곡으로, 오케스트라와 브라스 세션이 어우러진 웅장한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2. 롤러코스터 (In Carnival Land)경쾌한 리듬과 신나는 멜로디로 구성된 곡으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스릴과 흥분을 담고 있습니다.
  3. 그땐 그랬지젊은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가사와 빅밴드 재즈 스타일의 편곡이 돋보이는 곡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4. 우정과 동료애를 주제로 한 서정적인 발라드로, 두 사람의 감미로운 하모니가 인상적입니다.
  5. 비누 인형몽환적인 분위기의 보사노바 스타일 곡으로, 소년과 비누 인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6. 축배라틴 리듬과 브라스 편곡이 어우러진 신나는 곡으로, 축제의 흥겨움을 표현했습니다.
  7. 넝쿨사랑의 감정을 자연에 비유한 가사와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특징인 곡입니다.
  8. 농담가벼운 농담 속에 숨겨진 진심을 담은 가사와 재즈풍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9. 그녀를 잡아요 (featuring 서동욱, 김진표) – 이적과 김동률 외에도 서동욱과 김진표가 참여한 곡으로, 친구의 사랑을 응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0. 거위의 꿈희망과 꿈을 노래한 발라드로, 이후 인순이가 리메이크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Apple Music에서 감상하는 카니발의 Carnival (이적+김동률 프로젝트 앨범)

앨범 · 1997년 · 10곡

music.apple.com